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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에 자리한 엔바이오니아는 첨단 부직포 제조 기술로 성장해온 회사다. 정수기 필터부터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첨단 소재까지, 이 공장에서 다양한 혁신 제품이 쏟아진다. 최근 들어 실적이 주춤했지만 현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했다.
고객사 니즈 겨냥한 '정밀 습식공정'
지난달 방문한 제천 본사 공장은 이른 아침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가늘고 균일한 섬유가 물속에서 짜여 나오는 ‘습식(Wet-laid)’ 공정은 엔바이오니아만의 강점이다. 이 공정을 통해 생산된 양전하 필터와 자동차 경량화 소재, 세라믹 방염지 등이 정수, 모빌리티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군으로 공급된다.
공장 입구를 지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밀함’이다. 소재 생산 과정은 작은 이물질 하나에도 제품 불량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동선부터 공기 흐름까지 세밀하게 관리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섬유 입자 하나까지 제어하는 설비 덕분에 여기서 생산되는 소재는 고객사의 요구 사양에 오차 없이 맞춰진다.
여기서 회사가 가진 원천기술의 진가가 나타난다. 일반적인 건식 방식과 달리 섬유를 물속에 분산시킨 뒤 얇게 펼쳐 원단을 만드는 습식 공정은 섬유 배열을 보다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 덕분에 미세 입자를 정교하게 여과할 수 있는 고성능 필터 제작이 가능하다.
엔바이오니아 관계자는 “습식 공정은 원래 제지 공정 기술에서 착안된 기술인데, 섬유 소재를 물속에 분산시켜 균일한 섬유집합체(Web)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고효율·고성능 복합첨단소재 생산부터 성장성이 높은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엔바이오니아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세라믹페이퍼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세라믹 섬유를 얇게 가공해 만든 이 소재는 EV 배터리와 ESS 등 고온 환경에서 안정성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세라믹페이퍼는 올 초부터 공급이 시작됐다”며 새로운 캐시카우가 확보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지 내에는 정수필터를 제작하는 시설도 마련돼 있었다. 고객사의 요구 사항에 맞게 제품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이 가동된다. 작업자들의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빠른’ 느낌이었다. 숙련된 손길 덕분에 공정은 매끄럽게 흘러갔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미세입자를 정밀하게 걸러내는 고효율 여과 성능으로 시장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메타아라미드' 신공장 구축 속도
부지 한편에서는 ‘차세대 소재’로 불리는 메타 아라미드 페이퍼 생산 공장이 한창 올라가고 있었다. 강한 내열성과 난연성을 지닌 이 소재는 ‘불에도 타지 않는 종이’로 불릴 만큼 견고하면서도 유연하다. 배터리, 방열재, 산업용 단열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 업계에선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공장에는 총 700억원이 투입된다. 약 80억원은 건축물에, 나머지 620억원은 생산 설비와 전문 기계 장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엔바이오니아는 최근 매출 감소와 적자라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제천 공장의 변화는 분명했다. 기존 정수 필터 시장에 머물지 않고 EV·ESS, 메타 아라미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수년간의 연구와 개발로 쌓아 올린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가 있다. 이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는 이제 엔바이오니아의 확실한 자신감이 됐다. 과거에는 신기술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개발 주기가 눈에 띄게 단축됐고, 2001년 설립 이후 묵묵히 다져온 연구자들의 노하우와 기술력이 회사의 경쟁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회사의 한 임원은 “과거에는 신기술 상용화에 10년 이상 걸렸지만 지금은 3~5년, 짧게는 1년 안에 결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역량과 연구 속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출처 : 블로터(https://www.bloter.net)